Page 32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P. 32
32
요즘 큰스님들은 다시는 이 뜻을 가지고 납자들을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회당 조심(晦堂祖心:1025~1100)스님만은 수시로 한 번
씩 이 문제를 들어 왔는데 황룡 혜남(黃龍慧南:1002~1069)스님
이 입적한 날에 게를 지었다.
지난해 3월 17일
온 밤 봄바람이 방장실을 뒤흔들더니
세 뿔이 달린 기린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하늘의 조각달은 물 속에 부서지네
진실은 거짓을 가리지 못하고
부정은 올바름을 감출 수 없는 법
어느 누가 있어 눈바람 소리[雪中吟]에 화답하리
만고에 나를 아는 이가 오늘 떠나셨네.
去年三月十有七 一夜春風撼籌室
三角麒麟入海中 空餘片月波心出
眞不扌庵僞 曲不藏直
誰人爲和雪中吟 萬古知音是今日
또 한 수 읊었다.
옛사람 떠나신 날 바로 오늘인데
오늘도 변함없이 그 사람 오질 않네
오늘 오지 않았다면 어제도 가지 않았으리니
흰구름,흐르는 물은 속절없이 유유하다
저울이 공평하다 그 누가 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