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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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31
不識金剛體 却喚作緣生
十方眞寂滅 誰在復誰行
설봉 의존(雪峯義存:822~908)스님 또한 어느 스님의 주검을
보고서 게를 지었다.
머리 숙여도 땅 보이지 않고
고개를 들어 봐도 하늘이 보이질 않네
금강의 몸을 알려 한다면
앞에 놓인 해골을 보면 될 뿐이리.
低頭不見地 仰面不見天
欲識金剛體 但看觸髏前
현사 사비(玄沙師備:835~908)스님이 말하였다.
“죽은 스님의 면전이 바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보리(菩提)이니,
만리신광(萬里神光)이 정수리 뒤에 둥그렇게 빛나도다.”
어느 스님이 법안 문익(法眼文益:885~958)스님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죽은 스님의 면전이 바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보
리’라는 것입니까?”
“ 그대 앞에 있느니라.”
“ 저 스님은 죽어서 어디로 갑니까?”
“ 죽은 스님은 이제껏 몇 번이나 죽었는고?”
“ 지금 죽은 것은 어찌합니까?”
“ 그대는 죽은 스님을 모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