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P. 37
임간록 상 37
“이는 눈앞에 있는 법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 어디서 배웠는가?”
“ 귀와 눈이 도달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이 말에 뱃사공스님은 웃으면서 다시 말하였다.
“한마디 맞는 말은 만겁의 쇠말뚝![一句合頭語 萬劫繫驢橛]”
아!오늘날 총림에서 스승이 제자를 받아들일 때,으레 이해로
깨침[悟解]을 절대 금하며,현묘한 도리를 부정하고 오로지 ‘곧장
묻고 바로 답하는 것[直問直答]’만을 요구한다.그리하여 ‘무(無)’라
면 시종 ‘무’만을 말하고 ‘유(有)’라면 시종 ‘유’만을 말하여 터럭끝
만큼만 틀려도 이를 ‘미치광이 같은 견해[狂解]’라고 하니,가령 뱃
사공스님이 이 말을 듣는다면 ‘나귀를 매는 만겁의 쇠말뚝…’이라는
말로 그치겠는가?
생각해 본다면 이는 올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
라,올바른 의문[善疑]마저도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올바른
의문을 가지는 자라면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하리라.33조사들이 법
을 전수하고 도를 깨친 이야기들이 기록에 다 있으니,이는 모두 이
치로 탐구할 수 있고 지혜로 알 수 있다.그러나 유독 강서(江西)와
석두(石頭)이하 많은 대종사(大宗師)들은 근기와 상황에 따라 지도
하였다.그들의 문답을 살펴보면 깜깜하여 납자들을 앉아서 졸게 하
니 그들의 도가 많은 조사들과 다르기 때문일까?그런 것이 아니고
똑같이 조사의 법을 계승했다면 그들의 말이 이렇게 다를 수 있겠
는가?다만 하는 말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임제(臨濟)스님께서는,“불법을 거론할 때는 반드시 일
구(一句)가운데 삼현(三玄)을 갖춰야 하고,일현(一玄)가운데 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