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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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43
“마음이 나면 온갖 법이 생기고,마음이 사라지면 해골이 여래와
둘이 아니다.부처님께서 ‘삼계가 오직 마음이라’하셨는데 어찌 나
를 속이는 말이겠는가?”
그리하여 스승을 구하지 않고 스님은 바로 해동으로 돌아가 화
엄경소(華嚴經疏) 를 써서 원돈교(圓頓敎)를 크게 밝혔다.
내가 스님의 전기 중에 이 부분을 읽다가 옛날 악광(樂廣)의 술
잔에 뱀 그림자가 비쳤던 이야기를*더듬어 생각하고 게를 지었다.
4 )
어두운 무덤 속의 해골에 고인 물은 원래 물이요
손님의 술잔에 비친 활 그림자는 필경 뱀이 아니다
이 가운데 생멸(生滅)을 용납할 곳이 없으니
미소지으며 옛 책을 들어 몇 글자를 적어 본다.
夜塚髑髏元是水 客杯弓影竟非蛇
箇中無地容生滅 笑把遺編篆縷斜
17.무애행과 청정행/청량국사(淸涼國師)
조백(棗栢)스님과 청량 징관(淸涼澄觀:738~839)국사는 모두
화엄경을 널리 밝히신 분으로 그들의 논소(論疏)는 천하에서 으뜸이
었다.그러나 두 분의 몸가짐은 전혀 달랐다.조백스님은 거리낌없
*진(晉)나라 악광에게 친구가 있었는데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기에 까닭을 묻자
지난번 악광이 건네준 술잔에 뱀이 있는 것을 보고는 병이 생겼다고 하였다.
악광이 그것은 뱀이 아니고 활[弓]그림자라고 말해 주자 그 자리에서 병이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