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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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맨발로 다니며 호탕하고 자유자재하여 모든 일에 걸림 없는 마

            음을 지녔지만,청량국사는 꼼꼼하고 엄숙하여 옥을 깎아 다듬듯 하
            였으며,5욕번뇌(五欲煩惱:五色糞)를 두려워하고 10가지 원[十願]
            으로 몸가짐을 지켰다.

               사람들은 흔히들 조백스님의 호탕함을 좋아하고 청량국사의 속
            박됨을 비웃으면서 화엄종에서라면 그래서는 안 될 것이라고 평하
            였지만,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조백스님이 머리를 깎

            고 비구가 된 바에야 청량국사처럼 몸가짐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
            는 것이다. 화엄경 은 기연(機緣)을 만나는 대로 바로 종지가 되어
            법에 맞는 것이므로 다른 경이 갖는 품덕과는 다른 것이다.





              18.구마라즙의 어린 시절



               진(晋)나라 구마라즙(鳩摩羅什:344~413)스님은 어린 시절 어
            머니를 따라 사륵국(沙勒國)에 가서 부처님의 발우를 이마 위로 받

            들었다.그때 ‘이렇게 큰 발우가 어떻게 가벼울 수 있겠나?’하고 생
            각하는 찰나에 갑자기 발우가 무거워지자 깜짝 놀라 소리치면서 발
            우를 땅바닥에 놓쳐 버렸다.그의 어머니가 까닭을 묻자,“제 마음
            에 분별이 있는 까닭에 발우가 가벼웠다 무거웠다 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여기에서 나는 일체 모든 법이란 생각을 따라 일어나는 것이므

            로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그것이 허공과 같아짐을 알게 되었
            다.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은 견처와 수행이 지리멸렬하여 영험한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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