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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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47
시 화가 나서 쫓아내 버렸다.그 처녀는 갈 곳이 없어 낮에는 동네
에서 길쌈으로 품팔이를 하고 밤에는 행각승이 묵어 가는 객사[衆
館]아래에서 잠을 자며 지내다가 사내아이를 낳았다.그리고는 불
길하다 하여 물 속에 버렸으나,이튿날 보니 물길을 거슬러 올라왔
는데 몸이 매우 선명하기에 깜짝 놀라 건져 올렸다.자라면서 어머
니를 따라 구걸을 하니 그 고을 사람들이 ‘성 없는 아이[無姓兒]’라
불렀다.사조스님이 황매산(黃梅山)으로 가는 길에 이 아이를 보고
장난 삼아 물었다.
“너의 성이 무엇이냐?”
“ 성이 있기는 합니다만 보통 성씨가 아닙니다.”
“ 무슨 성이냐.”
“ 불성(佛性)입니다.”
“ 성이 없느냐?”
“ 성씨가 ‘공(空)’인 까닭에 없습니다.”
이에 사조스님은 그를 출가시키도록 어머니를 설득하니,그때 나
이 7세였다.
당시의 객사[衆館]는 오늘날 절이 되어 불모사(佛母寺)라 하였으
며,주씨 집안은 더욱 성하게 되었고,파두산 저 멀리 바라보이는
곳에 ‘소나무 심는 도인[栽松道者]’의 육신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황매산,동선사(東禪寺)에는 불모총(佛母塚)이 있는데 고을 사람들이
그 위에 부도를 세웠다고 한다.
전등록(傳燈錄)이나 정조도(定祖圖)의 기록에 의하면 홍인
(弘忍)스님의 성을 주씨라 한 것은 모친의 성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송고승전(宋高僧傳)에 의하면,‘석홍인(釋弘忍)스님의 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