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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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49
단제 희운(斷際希運:?~856)스님이 처음 낙양에서 걸식하고 돌
아다닐 때,바릿대를 두드리며 염불하자 한 노파가 가시나무 사립문
사이로 나오며 “해도 너무나 염치가 없구나!”하였다.스님이 “당신
은 시주는 하지도 않고 어째서 도리어 나더러 염치없다 하는가?”라
고 하니,그 노파는 웃으면서 사립문을 닫았다.스님은 이상하게 생
각하고 들어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많이 들
었다.헤어지려는 차에 그 노파는 “강서(江西)남창현(南昌縣)의 마
조 도일(馬祖道一:709~788)스님을 찾아뵙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
고 하였다.그러나 스님이 강서 지방에 이르렀을 때는 마조스님이
이미 입적한 뒤였다.석문산(石門山)에 그의 부도가 있다는 말을 듣
고 마침내 그곳을 찾아가 절을 올렸는데,당시 대지(大智:749~
814,百丈懷海,馬祖道一의 법을 이음)스님이 부도 곁에 토굴을 짓
고 살았다.스님은 먼 곳에서 찾아온 까닭을 말하고 평소 힘을 얻었
던 말씀을 들려달라고 청하자 대지스님은 ‘할 한 번에 사흘 동안 귀
머거리가 되었던[喝三日聾]’일을 들려주었다.그러자 스님은 깜짝
놀라 혀를 내둘렀다.
그 후 오랫동안 교류하였고,노년에는 다시 신오(新吳)백장산(百
丈山)으로 옮겨 살게 되었는데 그 시기를 살펴보면 노파가 죽은 지
오랜 뒤였다.그런데도 송고승전 에서는 “노파가 단제스님이 백장
스님을 친견한 것을 축하했다”고 하니 잘못된 글이다.
22.말만 기억하려는 헛짓거리/운거 불인(雲居佛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