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P. 62

62



               “경에 말씀하시기를 ‘비구가 되어 찾아오는 비구를 미워하면 불

            법은 장차 없어질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이렇게
            대하는가?”
               이에 누군가가 대답하였다.

               “스님이 이곳의 주인이 되었을 때 공경히 맞이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담영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곳에 머무를 만한 한가한 시간이 없지만,도를 행하는
            자로 주인을 바꾸어,시방의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여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케 하리라.”

               그리고는 당시 금릉 태수로 있던 내한(內翰)섭청신(葉淸臣)에게
            편지를 보내어 만났다.섭공이 그에게 물었다.
               “어제 늦게야 이곳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봉선사의 건립

            에 대한 내역을 이렇게 자세히 알고 계십니까?”
               “ 간밤에 옛 비문을 보고 알았습니다.”
               이어서 율종스님들이 여기에 사는 데서 오는 폐단과 풍속을 손

            상시키는 사례를 자세히 말하니 섭공은 그를 매우 기특하게 생각하
            였으며,봉선사는 이를 계기로 선종사찰로 바뀌게 됐다.
               동오지방의 많은 교학승들은 조사들이 전법(傳法)한 게송을 번역

            하는 이가 없다고 비웃었고,선승들도 그들과 논변을 하였으나 선종
            의 참다운 도를 잃게 되어 비방하는 소리만 더해지자 스님은 그들
            을 꾸짖었다.

               “이는 달마스님이 이조(二祖)를 위해 하신 말씀인데,어찌 번역
            이 필요하겠는가?달마스님을 양 무제(梁武帝)가 찾아가 처음 만났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