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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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펴고 고개 숙이고 들고 하는 꼭두각시는 볼 수 있지만 그 안은

            알 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그러나 불법이란 그렇지 않아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얻게 해주는데 어떻게 세존
            께서 비밀로 숨겨 놓은 것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가섭을 칭찬하시었다.
               ‘훌륭하도다,선남자여.네가 말한 바와 같이 나 여래는 비밀로
            숨겨 놓은 일이 없느니라.무슨 까닭인가?마치 가을 하늘에 둥근

            달이 뜨면 그지없이 맑아 막힐 것 없어서,누구나 볼 수 있는 것과
            같다.내 설법도 그러하여서 숨김없이 모두 드러내 청정하고 감춘
            것이 없다.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고서 비밀로 숨겨 놓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혜로운 자는 모두 통달하여 숨긴 것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또한 말이 없다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말귀를 모르는 것과 같
            으니,이때 비록 말이 있다 하여도 실제로는 말이 없는 것과 같다.
            내 설법도 마찬가지여서 그 말뜻을 알지 못하면 비밀스런 말이라

            하니,비록 말을 하여도 중생이 알지 못하는 까닭에 말이 없다고 하
            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석두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말을 통달하되 모름지기 종지를 깨달아야 하니,스스로 격식[規
            矩]을 세우지는 말라.”
               약산 유엄(藥山惟儼:745~828)스님은 말하였다.

               “다시 잘 살펴보라.말을 끊어 버릴 순 없다.내 이제 너희를 위
            하여 이 말을 하는 까닭은 말없는 그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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