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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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69
33.출생 인연에 대한 망상을 끊어 주다/회당 조심(晦堂祖心)스님
어떤 스님이 회당(晦堂)노스님에게 물었다.
“전생에 소나무 심는 도인[栽松道者]이었던 오조 홍인스님은 주
씨(周氏)여인의 몸을 빌려 태어났다고 하는데,세 인연[父․母․
子]이 합하지 않고서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을까?”
“ 수제가(樹提伽)는 불 속에서 태어났고* 이윤(伊尹)은 공상(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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桑)*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그대는 듣지 못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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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었습니다.”
“ 그대는 위의 두 사람이 세 인연에 의해 태어나지 않은 것은 의
심하지 않고서 오직 오조만을 의심하는가?”
오늘날 불법에 관심 있는 사대부들은 모두가 오조가 태어난 인
연에 대하여 의심하고 있는데 이 말을 듣는다면 의심이 풀리게 될
것이다.나는 회당 노스님의 말씀은 불법의 근본 뜻을 모두 설파하
시려 함이 아니라,다만 기연에 따라 미치광이의 생각을 멈추게 하
는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조스님이 “부처님은 참으로 어지시니,지혜로 방편을 잘 써서
일체 중생의 의심을 깨뜨려 주며 ‘유․무’의 속박에서 벗어나도록
*수제가(樹提伽):인도 마갈타국의 왕사성에 한 장자가 있었다.부인이 임신을
하였는데 한 외도가 예언하기를,“이 아이는 사내아이인데 나중에 집안을 융
성하게 할 것이나 또 집안을 불태울 것이다”하였다.장자는 놀라서 그 부인
을 죽여 공동묘지에서 불에 태웠다.그러자 부인의 배에서 푸른 연꽃이 나오
면서 그 속에 한 동자가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부처님께서는 빈비사라 왕에
게 부탁하여 이 아이를 키우게 하고,후에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
*공상(空桑):고대 전설에 나오는 산이름으로 노(魯)나라 옛터에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