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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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19



            놓고 주장자를 방장실에 기대 놓은 채 묵지 않고 떠나려는 행색이

            었다.이에 고을의 군장(郡將)이하 모든 사람이 스님을 존경하였는
            데,새로 부임한 태수가 몰라보고서 사무적인 일로 군림하였다.스
            님은 웃으며 게를 지어 관아의 뜨락에 던져 놓은 채 인사도 없이

            떠나와 버렸다.게송은 다음과 같다.


                 선원은 송나라의 선원이요
                 고을은 송나라의 고을인데
                 고을 안의 선원에 머무름을 용납하지 않을 바엔

                 발우 하나 들고 오호를 유람한들 어떠하리.
                 院是大宋國裏院 州是大宋國裏州

                 州中有院不容住 何放一鉢五湖遊


               태수가 사람을 보내어 뒤쫓아갔지만 스님은 이미 강을 건넌 뒤
            였다.





              66.빼어난 기상으로 주변을 압도함/유정(惟政)스님



               여항(餘杭)의 유정(惟政:986~1049)스님은 산사의 주지로서 그
            풍모가 가장 높은 분이었다.당시 시랑(侍郞)장당(莊堂)이 전당(錢
            塘)의 태수로 재직하였는데 스님과는 도를 나누는 벗이었다.

               스님이 그를 찾아갈 때는 으레 황소를 타고 소뿔 위에 물병을
            걸고 다니니,저자 사람들은 다투어 가며 구경하였지만 스님은 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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