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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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하지 않고 관아에 도착해서는 비로소 소등에서 내려와 하루종일
웃고 이야기하다가 떠나오곤 하였는데 어느 날 장공이 스님을 만류
하여 말하였다.
“마침 과객이 있어 내일 관아에서 모임이 있을 것입니다.스님께
서야 술을 마시지 않으시겠지만 나를 위하여 하루만 머무르시면서
법담[淸談]을 나눴으면 합니다.”
스님이 이를 허락하자 장공은 몹시 기뻐하였다.그러나 그 이튿
날 장공이 스님에게 사람을 보내어 맞이하려 하였는데 한 수의 게
를 남겨두고 떠나간 뒤였다.
어제는 오늘 일을 약속하였지만
그 대 문을 떠나 지팡이에 기댄 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중이란 산골에 있는 것이 마땅할 뿐
관리의 잔치자리엔 어울리지 않으오.
昨日曾將今日期 出門倚杖又思惟
爲僧只合居巖谷 國士筵中甚不宜
좌석에 모인 손님들은 모두 그의 높은 인품을 추앙하였다.
또한 산중에 살면서 지은 게는 다음과 같다.
다리 위엔 만산 층층
다리 밑엔 강물 천리 길
오로지 새하얀 왜가리만이
나를 찾아 자주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