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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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15



            문에서는 예로부터 본분의 일[本分事]이 있는데 그것은 모두 옛사

            람이 한때 나름대로의 방편[門庭]을 세워 한 말에 불과하니,참구해
            볼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는 마치 한 글자도 모르는 까막눈이 책을 가지고 멍텅구리 바

            보에게 물으면 바보가 “이는 먹으로 종이를 채운 것인데 어찌하여
            나에게 묻느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삼척동자라도 웃지 않
            을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어느 스님이 설봉 의존(雪峯義存:822~908)스님에게 물
            었다.
               “임제스님에게 ‘네 가지의 할[四喝]’이 있다는데 그 뜻이 무엇입

            니까?”
               “ 내,처음 사방을 돌아다닐 때 곧장 하북(河北)지방으로 갔었는데
            뜻밖에도 도중에 임제스님이 입적하여 뵙지 못하였다.그곳의 종지는

            내 모르는 바이니,네가 그들의 법손을 찾아가 물어보도록 하라.”
               그 스님은 남원(南院:860~930?,임제종 스님으로 六化存獎의
            법을 이음)스님을 찾아가 다시 묻고 또한 설봉스님이 보낸 뜻을 말

            하니,남원스님은 설봉스님 쪽을 향하여 두 차례의 절을 올린 뒤 말
            을 이었다.
               “스님께서는 참으로 선지식이십니다.”

               아!오늘날,바보처럼 시끌벅적대며 지껄여대는 자들이 설봉스님
            의 마음 씀씀이를 듣는다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식은땀이 흐르
            지 않을 자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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