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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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27
눈알을 부라리며 성난 얼굴로 쏘아보면서 “이는 안목 있는 자의 경
계이다”라고 하니,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
또한 운문스님의 어록에 의하면,“온 누리 그대로가 법신인데 헛
되이 불법이라는 지견(佛法知見)을 짓는구나.이제 주장자를 주장자
라 하고 집을 집이라고 하면 될 뿐이다”라고 하였는데,이 어록을
교증(校證)한 이가 “‘왕작개불법지견(枉作箇佛法知見:헛되이 불법
이라는 지견을 짓다)’이라는 구절을 ‘왕작개불법중견(枉作箇佛法中
見:헛되이 불법 가운데에서 견해를 짓다)’”으로 바꾸어 썼으며,또
한 “어릴 때부터 한 마리의 암컷 물소를 길러 왔는데 동쪽 시냇가
에 방목하려 하니 다른 국왕의 수초(水草)를 먹을 수밖에 없고,서
쪽 시냇가에 방목하려 해도 다른 국왕의 수초를 먹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가는 곳마다 조금씩 먹인다면 다른 나라에 모두 방해가 없
을 것이다”고 하였는데,금본(今本)*에서는 ‘타총불방(他總不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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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나라에 모두 방해가 없을 것이다)’의 구절을 ‘타총불견(他總不
見: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보지 못할 것이다)’으로 바꾸어 썼다.
이러한 사례는 매우 많다.두 글자를 바꾸어 썼다는 사실은 하찮
은 일이기는 하지만 옛 스님의 오묘한 뜻을 잃었으니 손상이 없다
말할 수 없다.알 만한 사람은 마땅히 알 것이다.
*고본(古本):옛 조대(朝代)의 판본.금본(今本):차조대(此朝代)에서 찍은 판본.
만약 송(宋)나라가 500년간 통치했다면 이 500년 만에 찍어낸 판본도 금본이
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