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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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도 멀어지리라.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毫釐有差 天地懸隔
이로써 예전에 도를 깨친 사람들은 모두가 옛 법을 따르지 않는
자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스님이 영명(永明)스님에게 물었다.
“중생과 부처가 한 몸이라고 하는데 무슨 까닭에 괴롭고 즐거운
차이가 있습니까?”
“ 모든 부처님은 법성을 깨치시어 마음의 근원을 알기에 망상이
일어나지 않고,바른 생각을 잃지 않기에 분별심[我所心]이 없어졌
다.그러므로 생사를 받지 않으니,이것이 곧 항상 적멸(寂滅)한 구
경(究境)이다.적멸한 까닭에 즐거움이 저절로 돌아오지만,일체 중
생은 참 법성에 미혹하여 본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온갖 망상으로
바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그러므로 사랑하고 증오하니 사랑과 증오
때문에 마음의 그릇이 깨어져 생사(生死)를 받게 되며 모든 괴로움
이 스스로 나타나는 것이다.
법의 요체(要諦)를 알고자 한다면 마음을 지키는 것이 으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라도 참 마음을 지키지 않고 부처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는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