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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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었다.그런 까닭에 여러 총림의 행각승이 그곳에 이르면 반드시 그

            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 상례였다.
               스님은 그 당시 나이가 어린 까닭에 그 거사가 총림을 두루 참
            방한 인물임을 모르고서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다.이에 거사는 스님

            에게 “내가 한 가지 물어볼 말이 있는데 맞게 대답한다면 터놓고
            지내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곧장 신풍(新豊)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오”라고 말한 후 물었다.

               “옛 거울[古鏡]을 이미 닦았을 땐 어떠하오?”
               “ 하늘이 비치고 땅이 비칩니다.”
               “ 닦지 않았을 땐 어떠하오?”

               “ 옻칠처럼 새까맣습니다.”
               “ 스님은 산으로 돌아가시오.”
               스님은 그 길로 돌아와 동산 효총(洞山曉聰)스님에게 말하자 효

            총스님은 대어(代語:남이 대답치 못한 기연에 대해 대신 자기 입
            장을 말하는 선문의 형식)하겠노라 하였다.
               이에 스님은 재촉하듯 물었다.

               “옛 거울을 닦지 않았을 땐 어떠합니까?”
               “ 여기에선 한양 길이 멀지 않지[此去漢陽不遠].”
               “ 닦은 후엔 어떻습니까?”

               “ 황학루 앞의 앵무주로다[黃鶴樓前鸚鵡州].”
               스님은 이 말에 크게 깨쳤다.효총스님의 기봉은 건드릴 수 없으
            니,참으로 운문스님의 법손답다 하겠다.

               스님은 일찍이 손수 소나무를 심으면서도 입으로는 쉬지 않고
             금강경 을 외워 지금까지도 동산의 북쪽 잿마루를 금강령(金剛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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