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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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31
75.후학을 높이는 공정한 마음/운봉 문열(雲峯文悅)스님
운봉 문열(雲峯文悅)스님은 어릴 때부터 뛰어나 기세가 여러 선
림(禪林)을 압도하였다.스님이 설두스님에게 왔을 때는 청년이었으
나 논변할 때면 설두스님은 항상 스님에게 몸을 굽혔으며,많은 사
람이 차를 마실 때는 한가운데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남달리 높였
다.이에 문열스님의 명성은 높아서 동오(東吳)지방을 비추었고,세
상에 나왔을 때 스님의 도는 찬연히 빛났다.
그때 난(蘭)상좌라는 스님이 설두스님의 법굴(法窟)에 있다가 문
열스님을 찾아왔는데 스님은 그를 시험해 보고 깜짝 놀라 대중 앞
에서 그를 칭찬하였으며 1년 남짓 함께 지내다가 떠나갔다.
선배[前輩]로서 후학을 높여 주는 공정한 마음씨가 그러하였을
뿐,애당초 운문종이니 임제종이니 하는 문벌로 마음을 달리 쓰지
않았다.그런데 요즘엔 그렇지 못하고 처음엔 명성과 지위에 현혹되
었다가 끝내는 종파와 당류(黨流)에 교착되어 마치 무지한 시골의
속인배처럼 되어버렸다.그러니 옛 성인의 도가 부흥되기를 바라고
자 하나 그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76.대어로 지도하여 깨우침/효순 노부(曉舜老夫)스님
효순 노부스님이 처음 동산(洞山)에서 무창(武昌)으로 가는 길에
걸식 행각을 하면서 한 거사의 집에 이르렀다.거사의 고고한 행실
은 그 고을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 그의 말을 따르지 않는 자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