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4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P. 194

194



              7.명극재명(明極齋銘)



               태원(太原)의 왕건 백강(王健伯强)은 명신 왕혜(王惠)의 아들이며,

            황숙(皇叔)가왕(嘉王)의 사위이다.젊은 나이에 벼슬을 버리고 불법
            을 배워  수능엄경 을 보다가 “티끌이 남아 있다면 아직 여러 학위
            (學位:배울 것이 있는 단계)요,밝음이 지극해야 여래이다[餘塵尙

            諸學明極卽如來]”라는 구절까지 읽고서는 탄식하며 말하였다.
               “이 말씀은 부처의 가르침이자 나의 뜻이기도 하니 내 서재의
            이름을 ‘명극(明極)’이라 하겠다.”

               그리고는 나에게 명(銘)을 부탁하였다.
               명은 다음과 같다.



                 가지고서도 찾아 헤매는 것은
                 어리석음과 어둠에 갇힌 까닭이며
                 얻었다고 놀라는 것은
                 지혜가 혼탁한 탓이니
                 혼탁이 맑아지고 어둠이 걷히면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게 되어
                 마치 사람의 눈 속에
                 티끌 한 점 받아들이지 않듯 하리라
                 눈을 뜸은 태어남에 비유되니
                 밝음이 생기자 근(根)에 의지하고
                 눈감음은 죽음에 비유되니
                 눈도 어둡게 느끼지 못하네
                 부처님께서 진정한 자비로
   189   190   191   192   193   194   195   196   197   198   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