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6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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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으로 그 꼭지부터 단단히 묶고,까치가 나뭇가지 끝에 둥지를 틀

            때는 수백 일 만에야 완성되는 것이다.저들에게 무슨 지혜가 있으
            랴마는 집을 짓는 오묘한 법과 차곡차곡 쌓아 가는 노력은 마치 예
            술을 배우는 정신과 같지 않은가.이는 그들의 밝은 신령과 막힘 없

            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힘에 의한 것이다.날짐승의 몸을 받아 어
            두워졌으나 조금치도 어긋남 없이 완전한데,하물며 만물의 영장으
            로서 사물에 응하고 말을 할 수 있는 인간이야 어떠하겠는가.

               예전에 인도 승려가 5천축국에서 중국에 와서 웅장하고 아름다
            운 진(晋)나라의 궁전을 보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도솔천 내원궁(內院宮)과 무엇이 다르겠는가.그러나 내원궁은

            도력으로 이루어졌고,이 궁전은 중생의 업력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혼자서 웃었다.그가 어떻게 알겠는가?
            이 나라의 이와 같은 오묘한 힘이 태허(太虛)낳고 우주를 받아들이

            는 줄을,그리고 천상 인간에 높다란 다락을 짓게 되리라는 것을.
               도인 서공(栖公)은 너무나 절박하고 협소한 세상을 가엾게 생각
            하여 그의 바람대로 자그마한 책자에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

            嚴經) 을 베껴 썼는데,그 크기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만큼 작았
            다.그러나 책을 펼쳐 보면 고물고물한 작은 글씨가 마치 개미가 기
            어가듯 하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로세로 대각선으로 모두 반듯

            하여 지극히 오묘하였으니 주먹덩이 만한 큰 글씨에 비하여 조금치
            도 손색이 없었다.그리하여 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문을 메웠
            고,모두가 “이제껏 이런 글씨는 없었다.이 무위(無爲)의 공(功)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지 않으려나?”하며 경탄해 마지않았다.
               이에 게송을 짓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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