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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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31
니다.
지난날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저의 어리석음을 개의치 않고 불
법을 이야기해 주었고 때로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거듭 설명해 주
셨는데도 이제 경전을 대함에 알지 못할 곳이 두어 군데가 있습니
다.한번쯤 찾아뵙고 물으려 하였지만 서로 한가한 시간이 없어 말
로써는 모두 표현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어 대강이나마 글로 적어
묻사오니,바라옵건대 상세히 살펴보고 회답을 주시어 깨닫지 못한
점을 열어 주십사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불존께서는 더할 수 없는 큰 지혜로써 일체 중생을 살펴보시고
그들의 성품[根性]에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음을 아시어 큰 지혜로
방편법을 설하셨습니다.그리하여 천제(闡提:성불할 종자가 없는
중생)를 위해서는 10선(十善)을 설하셨고,소승을 위해서는 4제(四
諦)를 설하셨으며,중승(中乘)을 위해서는 12인연(十二因緣)을 설하
셨고,대승(大乘)을 위해서는 6바라밀(六婆羅密)을 설하셨습니다.모
두가 병에 따라서 약을 쓰신 것으로 방편의 가르침 가운데에서도
바뀔 수 없는 모범이라 하겠습니다.무엇 때문이겠습니까?만일 소
승에게 대승법을 설한다면 그의 마음은 어지러워 의심을 일으켜 믿
지 않을 것이니 이른바 작은 소발자국에 큰 바닷물을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이에 반하여 대승에게 소승법을 설한다면 이는 보배
그릇 속에 더러운 음식물을 담아 놓은 격이어서,자신에게 별 상처
가 없으면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마경(維摩經)에서는 그 뜻을 총괄하여 “대의왕(大
醫王)이 되어 병에 따라 약을 주셨다”하였고, 수능엄삼매경(首楞
嚴三昧經) 에서는 “먼저 생각해 보지 않고 무슨 법을 설할 수 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