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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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다면 ‘인연’이라 이름 붙이지 않았을 것이니 앞뒤 순서가 맞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이 점이 제가 알지 못하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스님께서는 연로한 큰스님이며 후학의 큰스승으로서 출가 비구
에게 나아가 설법하여 불사를 이루셨으니 반드시 이 두 가지의 뜻
을 정밀하게 연구하여 빠짐없이 통달하셨을 것이기에 스님의 가르
침을 바라는 바입니다.그렇게 해주신다면 그것을 깊이 간직하여 길
이길이 잊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나머지의 의문도 뒤이어 끊임없
이 물을 것을 바라면서 백거이 올립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대하여 답서를 대신하는 바이다.
글월까지 보내어 불법에 대하여 물었는데 돌이켜보니 노둔한
사람으로서 하늘이 내려주신 변재(辯才)를 어떻게 당할 수 있겠습니
까?그러나 내 늙은 힘을 다해서라도 불법을 외호(外護)하는 거사의
바람에 어찌 보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사가 말하는 여섯 경전의 두 가지 뜻과 ‘행’,‘색’의 순서가 맞
지 않는다는 의문을 풀지 못했던 까닭은,거사 스스로가 물은 ‘방편
지(方便智)’이 세 글자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데에 있습니다.이 세
마디 말을 깨달으면 아무리 수많은 오묘한 뜻과 끝없는 법문일지라
도 연구하지 않고서 알게 될 것이니, 유마경 ․ 법왕경 등 전후
경전 속에 서로 어긋나는 뜻쯤이야 대수로운 일이겠습니까.‘방편
지’라 하는 것은 이를테면 장수가 병사를 거느릴 때,뇌정이나 기괄
(방아쇠)을 쏠 때처럼 일정한 법이 없이 갖은 전략을 내는 것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