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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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33
똑같은 병일 것이며,중생이 약을 필요로 한다면 모두 똑같은 약을
필요로 할 것이다.만일 많은 법을 말한다면 그것을 ‘전도(顚倒)’라
고 이름하니 무엇 때문인가?부질없는 분별로 선악의 법을 나누어
일체 법을 깨뜨리기 때문이며 근기를 따라서 설법한다는 것은 불법
을 끊어 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이상은 헐어 버릴 수 없는 분명한
뜻이다.”
또한 금강삼매경 에서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한결같은 도[一味道]로 해야지 결코 소승으로 해서는 안 되니,
고른 비에 흠뻑 젖듯 전혀 다른 것이 섞이지 않도록 하여라.”
금강경 에서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으니 이를 아뇩다라삼먁삼보
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無上正等覺)라 이름한다.”
뒤에서 말한 세 경전(法王經․金剛三昧經․金剛經)은 앞서 말
한 세 경전(維摩經․首楞嚴經․法華經)의 뜻과는 매우 어긋나는데
이는 무슨 까닭입니까?유마힐(維摩詰)이 부루나(富樓那:제일가는
辯才로서 석가 십대 제자 가운데 하나)에게 말한 바에 의하면,“마
땅히 먼저 입정(入定)하여 그 사람의 마음을 본 뒤에 설법하라”하
였고,또한 “사람의 근기를 보지 못하면 설법해선 안 된다”고 하였
습니다.부루나는 통달한 지혜를 갖추었고 또한 여래를 친히 모신
십대 제자 중 한 사람이었는데도 중생의 마음을 궤뚫어보지 못하였
습니다.더구나 5백 년이 지난 오늘날의 말법 속에 사는 제자로서
어떻게 중생의 마음을 모두 꿰뚫어본 뒤에 설법할 수 있겠습니까?
설령 꿰뚫어보았다 하더라도 그가 소승의 마음으로 발심하였다면
그에게 대승을 설법할 수 있겠습니까?만일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