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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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09
“그 스님이 무슨 일로 스님의 비위를 거슬렸습니까?”
“ 나는 그가 처음 왔을 때 권실(權實),조용(照用)이 있는가 하여
그의 얼굴에다 손을 두 차례 가로저어 보았지만 그는 이를 떨어
버리지 못했다.이런 놈을 때리지 않고 누구를 때린단 말이냐?”
한 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께서 오랫동안 보검을 감추었다 하니 오늘 당장 좀 보여
주십시오.”
“ 보여줄 수 없다.”
“ 무엇 때문에 못 보여줍니까?”
“ 장화(張華:晉代의 학자)같은 눈이 아니라면 부질없이 북두
성이나 바라보기 때문이다.”
“ 그 칼을 쓰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 칼을 눕혀 우주를 가로막으니 그 누가 감히 머리를 내밀겠느
냐.”
당나라 광제(光帝)가 스님에게 물었다.
“내 중원을 수복하여 보물 하나를 얻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값
을 아는 사람이 없다.”
“ 폐하의 보물을 한번 빌려주십시오.”
광제가 손으로 두건(頭巾)끝을 잡아당겨 보이자 스님이 말하
였다.
“폐하의 보물을 누가 감히 값어치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광제는 몹시 기뻐한 나머지 가사와 법호를 하사하였으나 받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