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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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오가정종찬 상
않았다.이에 광제가 말을 하사하자 스님은 그 말을 타고 달리다
가 떨어져 발을 다쳤다.그리하여 지팡이를 짚고 걷는 신세가 되
었는데 한 스님을 만나 물었다.
“이 노승을 알겠는가?”
“ 어찌 스님을 모를 턱이 있겠습니까?”
“ 절름발이 법사는 말은 할 수 있어도 걸을 수는 없다.”
찬하노라
임제의 맏이요
삼성의 수좌로다.
뜨거운 할소리는 우레처럼 진동하고
겁없는 담력은 하늘만큼이나 크구려.
살가죽 속에 피가 흐르지 않아
대각의 뼈아픈 몽둥이에 스승(임제)의 경지를 얻고
앞 이빨에 털이 나니
운거에 이르러 물음 하나 던져서 탐색의 도구로 삼았다.
마을 공양 가는 길에 뜻하잖은 비바람으로
옛 사당에서 온몸을 피하였다고 그 누가 말하는가
남방을 돌면서 호랑이굴 마귀 궁전 찾아다녔지만
주장자 끝엔 하나도 들춰내지 못하였네.
소리 높여 할을 멎게 하고서
자줏빛 비단장막 속에서 명월주를 흩뿌리고
눈 있으나 힘줄 없어
복두건 끝에서 왕의 보물 가려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