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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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오가정종찬 상
코 말해 주리라.그대들은 아직 멀었다고.왜냐고?나는 아직까지
자줏빛 비단장막 속에서 그대들에게 진주알을 흩뿌려 준 적이 없
기 때문이지!허공에 아무리 할 소리를 질러본들 무엇하겠느냐?”
어느 날 스님이 극빈유나(克賓維那)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머지않아 불법을 설하는[唱導]스님이 될 것이다.”
“ 저는 그런 무리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 알고서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냐,아니면 모르고서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냐?”
“ 어쨌든 그렇게 하지는 않으렵니다.”
이에 스님이 그를 때린 후 대중에게 말하였다.
“극빈유나가 법싸움[法戰]에서 졌다.벌금 5관(五貫)으로 밥을
지어 이 사원의 모든 대중에게 공양할 것이다.”
그리고는 극빈에게 밥을 먹지 못하게 하고 절에서 쫓아 버렸
다.
스님은 동참하던 스님이 찾아와 막 법당에 오르려는 것을 보
는 순간 악!하고 고함쳤다.그러자 그 스님도 악!하고 두세 발자
국 걸어오니 스님이 다시 악!하고 그도 또한 악!하였다.스님이
그가 가까이 다가서려는 순간 몽둥이를 뽑아 드니 그는 또다시
악!하였다.이에 스님이 말하였다.
“이것 봐라.이 눈먼 놈이 오히려 주인노릇을 하고 있구나.”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은 후려쳐서 법당 아래로 쫓
아 버렸다.이때 한 스님이 곁에 있다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