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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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13
“알몸뚱이로 천길 벼랑 위에 서 있다는 말씀은 스님의 말씀이
아닙니까?”
“ 그렇다.”
그가 선상을 뒤집어 버리자 스님이 말하였다.
“이 눈먼 놈 행패부리는 꼴 좀 보게나.”
그가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은 때려 절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두 왕이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 사거리에서 퉁소[尺八]를 분다.”
“ 옛 성인들은 죽어서 어디로 갔습니까?”
“ 천당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지옥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 그렇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됩니까?”
“ 이 보응이 갈 곳을 아느냐?”
그가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은 불자를 들어 한 차례 때렸다.
어느 날 스님이 신참승에게 물었다.
“어디서 떠나 왔는가?”
“ 양주(襄州)에서 왔습니다.”
“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 스님께서 한번 말씀해 보십시오.”
“ 조금 전에 절한 자가 아니냐?”
“ 틀렸습니다.”
“ 절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