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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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27


                 매사에 고풍을 드날린다 하여
                 풍혈의 깊은 함정에 빠져 버리고
                 솜씨 좋은 이는 티를 내지 않는다 하여
                 백조스님 장물도 빼앗고 낭패도 보였구나.

                 가풍이 새나가 적잖은 사람 모여드니
                 일천 강나루와 일만 봉우리 앞이라
                 곧바로 끊어 가는 길에 우회로는 더욱 많아
                 때로는 산 속이요,때로는 숲 아래로다.

                 맹인과 뒤섞여 더듬거리는 눈먼 사나이
                 영산회상을 구덩이 아래로 밀쳐 버리고
                 악독을 가슴속에 잊지 않고서
                 옛 성인 몰아세워 보습 끌고 쟁기자루 잡게 했네.

                 나귀울음 개 짖는 소리가 부처의 소리니
                 누가 그 소리를 듣고파 하랴
                 영원한 하늘과 땅이 참다운 불신이라니
                 보증하노니 아직도 깨치지 못했구나.

                 비록 세 마디로 천하 납승을 시험했지만
                 내 한번 물어보리다
                 신부는 나귀 타고 시어미는 고삐 잡고 간다 하니
                 이게 무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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