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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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오가정종찬 상
“네 알아서 하라.”
스님이 대뜸 악!하자 백조스님이 말하였다.
“내 이제껏 선지식을 친견해 왔지만 이처럼 경황없는 일은 일
찍이 없었다.”
“ 좀도둑이 대패하였구나.”
“ 내일 풍혈스님을 만나기만 하면 낱낱이 이야기하리다.”
“ 그렇게 하시오,그렇게.잊지 말고.”
스님이 돌아와 먼저 풍혈스님에게 이야기하니 풍혈스님이 말
하였다.
“오늘 네가 좀도둑을 또 하나 거두어들였구나.”
“ 뛰어난 솜씨가 있는 이는 이름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이튿날 백조스님이 풍혈스님을 만나자마자 어제 있었던 이야
기를 하니 풍혈스님은 말하였다.
“어제뿐만 아니라 오늘은 숨겨 둔 것까지 다 뺏겼소.”
이를 계기로 스님은 명성을 드날리게 되었다.
스님은 대중에게 법문하셨다.
“불법이 국왕과 대신 등 힘있는 시주들에게 부촉되어 대대로
등불이 끊이지 않고 이어오는데,대중들이여!말해 보아라.무엇이
이어져 왔는가를.”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일은 가섭 사형이라야 되는 일입니다.”
이때 한 스님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영산회상의 법회와 오늘 이 법회가 어떻게 다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