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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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오가정종찬 상


                 그 가풍 이야기가 적지 않게 파다하다.

                 붓뚜껑으로 생멸처를 엿보노니
                 거북 등을 지져 봐도 어설픈 점괘 분명치 않고
                 표주박으로 조사 마음 헤아려 보려 하니
                 무쇠소의 기용은 가고 머무름에 심인을 깨뜨리기 어렵도다.

                 바다 가까이 동트는 땅에는 햇살 먼저 비친다 하니
                 핵심을 찔렀으나 그것도 말짱한 헛소리로다
                 먼 마을 매화나무 모두가 벙긋벙긋 하는데
                 목우가를 화답함은 어렵기만 하여라.

                 유무를 모두 끊어 버리니
                 온 집안 수심 젖어 빗속에 문을 닫고
                 말을 하건 안 하건 이미(離微)에 걸리니
                 삼월 꽃 사이에 지저귀는 새소리.

                 그윽한 가운데 더 그윽하고
                 오묘한 가운데 더 오묘하니
                 말쑥한 절강스님
                 세상에 둘도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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