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P. 134
134 오가정종찬 상
한 스님이 물었다.
“유마(維摩)거사의 방은 해와 달로 밝히지 않습니다.”
“ 눈썹이 여덟 팔(八)자로 찢어져 있다.”
“ 무슨 뜻입니까?”
“ 두 귀가 어깨까지 축 처져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청정법신(淸淨法身)입니까?”
“ 똥구덩이의 나무막대기다.”
“ 비로불(毘盧佛)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 스님네는 법랍(法臘)으로 따지고 속인은 나이로 서열을 매긴
다.”
“ 무엇이 깊고 깊은 경계입니까?”
“ 고양이는 피를 핥는 재주가 있고 호랑이는 죽은 이를 일으켜
세우는 재주가 있느니라.”
“ 정말 그렇습니까?”
“ 디딜방아는 동남쪽에서 찧고 연자방아는 서북쪽에서 도는구
나.”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종사(宗師)의 혈맥에는 범인과 성인,용수보살․마명보살,천
당․지옥,그리고 끓는 물 지옥․숯불 지옥,소머리를 지닌 저승
사자들,그리고 삼라만상,일월․성신,저승과 이승,유정(有情)․
무정(無情)의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