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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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35
그리고는 손으로 한 일(一)자를 그으면서 말하였다.
“모두 다 이 종문(宗門)으로 들어온다.그러나 이 종문에는 사
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사람을 죽이려면 사람을 죽
이는 칼[殺人刀]을 써야 하고 살리려면 사람을 살리는 말[活人句]
을 써야 하니 무엇이 사람을 죽이는 칼이며 사람을 살리는 말인
가?말할 수 있는 자는 앞으로 나와 대중에게 말해 보아라.만일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면 나의 일생을 저버리는 일이다.”
스님에게는 엄하신 얼굴과 차가운 눈초리가 있어 대중들이 두
려워하였다.천의 의회(天衣義懷:992~1064),부산 법원(浮山法遠
:991~1067)스님이 스님의 회중에 와서 머무르고자 하였는데 때
마침 엄동설한이었다.스님이 객승이 머무르는 요사채에 찬물을
끼얹자 모두 성내며 떠나가 버렸지만 이 두 사람은 옷깃을 여미
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날이 저물자 스님은 그곳에 가서 그들을
꾸짖었다.
“그래도 떠나지 않는다면 내 너희들을 때리겠다.”
그러자 부산스님이 가까이 다가서며 말하였다.
“저희들은 수천 리 먼 길을 걸어 오직 스님의 선방(禪房)에서
참선하려고 찾아온 사람들인데 어떻게 물 한 바가지에 떠나갈 수
있겠습니까?때려죽인다 해도 떠날 수 없습니다.”
스님은 이에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희 두 사람이 참선을 하려느냐?물러가 걸망을 벗어 걸도록
하라.”
뒤이어 부산스님에게 전좌(典座)소임을 맡아보게 하였다.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