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P. 140

140 오가정종찬 상


            을 하자 구양수는 바둑알을 거두면서 스님에게 이 바둑을 인연

            삼아 설법을 청했다.스님은 북을 울려 대중을 모이게 하고서 상
            당법문을 하였다.
               “이 일을 논한다면 마치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무
            슨 말이냐 하면 맞수끼리는 서로가 통하는 사이이지만 기회를 만

            났을 때는 조금치도 양보하지 않는다.다섯 알을 이어서 세 집을
            짓고 또한 한 길로 쭉 이어야만 하는 법이다.어떤 사람들은 오로

            지 자기 구역을 막아서 살려고만 할 뿐,귀퉁이를 뺏고 관문에 부
            딪치거나 튼튼하게 뻗친 것과 호구(虎口)가 함께 나타나는 것을
            알지 못하고 파국이 되어서야 부질없이 멀리 달아나려고 한다.이

            런 까닭에 넉넉한 가장자리는 얻기 쉽지만 엷은 중앙은 차지하기
            어렵다고 하였다.마음 쓰는[思行]것도 그러하여서 어쩌다 끊어

            지면 마음이 거칠어져서 때때로 머리를 부딪치니 국수(國手)다 신
            선(神仙)이다 부질없이 떠벌리지 말라.판국에서는 이기고 계산에
            서 지는 일은 묻지 않겠지만 흑백이 가려지지 않을 때 한 알은
            어디에 놔야 하는지 말해 보아라.”

               한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이제껏 바둑판 열아홉 줄이 얼마나 많은 이를 미혹하게 만들

            었나.”
               이 법문에 구양수는 오랫동안 감탄해 마지않았다.



               선사는 회성암(會聖巖)에 물러나 쉬면서 부처와 조사들의 심오
            한 뜻을 서술하여 9대(九帶)*를 지은 뒤 말하였다.
                                      8)

            *9대(九帶):부산스님이 학인을 지도한 아홉 가지 수단.부산 법원스님이 학인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