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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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오가정종찬 상
소문엔 부귀를 누린다 하더니만
막상 와서 보니 가난뱅이로구나
늙은 나이에 미련 없이 귀거래사를 불러
사람들에게 ‘산에 사는 늙은이’라 부르게 했네.
三關逆摧 超玄機於鷲嶺
一挙垂示 露赤體於龍峯
聞時富貴 見後貧窮
年老浩歌歸去樂 從敎人喚住山翁
황노직(黃魯直:黃庭堅)이 그의 찬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무진거사가 말한 ‘척추골에 한 점……’은 철부지 개구쟁이가
허공에 귀를 기울이는 이야기이다.그 때문에 영원스님이 찬을 지
어 조금이나마 분을 푼 것이다.”
내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한 글자도 보태지 않고 그대로 베낀
것이다.
황산곡(黃山谷:黃庭堅)이 스님을 찾아뵙자 스님은 물었다.
“공자의 말씀에 ‘내가 숨긴 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나는 너희
들에게 아무것도 숨긴 게 없다’하였는데 무슨 말이오?”
황산곡은 여러 가지로 대답했지만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하루
는 우연히 함께 거니는데 뜨락에는 꽃향기가 그윽하였다.또다시
물었다.
“이 계수나무의 꽃향기를 맡으셨소?”
“ 예.”
“ 나는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숨긴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