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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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55


            제는 절 일을 돌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서 가지 않고 마침내 복

            엄사(福嚴寺)에 머무르게 되었다.복엄사의 주지 현(賢)스님이 그
            에게 서기(書記)를 맡겼는데,현스님이 죽자 그 고을 군수는 자명
            스님에게 주지자리를 잇도록 하였다.이에 스님이 말하였다.
               “문열스님이 나에게 그를 만나라고 하더니만 이제는 여기 앉아

            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구나.”
               멀리서 자명스님이 오는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과 용모가 모두

            엄숙해 보였다.만참법회에서 자명스님이 여러 총림의 삿된 견해
            를 통렬히 비판하자 스님은 “대장부가 이 대사를 해결하려 하는
            데 어찌 가슴속에 의심을 남겨 두랴”하고는 향을 품고서 가르침

            을 구했다.
               자명스님은 말하였다.

               “서기는 스님들을 거느리고 행각한 일이 있으니 함께 앉아 이
            야기해 볼 만하다.”
               그리고 시자를 시켜 의자 앞으로 나오도록 하였으나 스님은
            굳이 사양하였다.그러자 자명스님이 스님에게 말하였다.

               “서기는 운문종의 선(禪)을 배웠으니 아마도 그 종지를 잘 알
            고 있을 것이다.이를테면 운문스님이 동산 수초(洞山守初)스님에

            게 몽둥이 세 차례를 때리겠다 하였는데 몽둥이 세 차례 맛을 보
            는 것이 합당한가,아니면 부당한가?”
               “ 몽둥이맛을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자명스님은 얼굴빛을 굳히며 말하였다.
               “몽둥이 소리만을 듣고서 매를 맞는 것이 합당하다 한다면 아

            침나절부터 저녁까지 까마귀 까치 우는 소리,종소리 목어소리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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