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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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오가정종찬 상




               12.보각 조심(寶覺祖心)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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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의 법명은 조심(祖心)으로 황룡 혜남스님의 법제자이다.남
            웅(南雄)사람이며 속성은 오씨(鄔氏)다.어려서 유학을 익히다가
            19세에 실명하였으나 모친의 기도로 다시 눈이 밝아진 뒤 출가하

            여 시를 지어 바치고 스님이 되었다.처음엔 운봉 문열(雲峰文悅)
            스님을 찾아뵙고 3년을 머무르다가 다시 황룡스님에게 귀의하였

            다.거기서 4년이 지났으나 들어갈 길을 몰랐다가 하루는 뜨거운
            물을 부어 손을 씻는 데 느껴지는 것이 있었지만 계기가 트이지
            않았다.그 후 석상산(石霜山)에 머무르면서                     전등록(傳燈錄)을

            읽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 “한 스님이 다복(多福:唐末人,趙州스님의 법을 이

            음)스님에게 물었다.‘무엇이 다복스님의 한 떨기 대(一叢竹)입니
            까?’‘한 줄기 두 줄기는 기울어 있느니라.’‘잘 모르겠습니다.’
            ‘ 세 줄기 네 줄기는 굽었느니라’……”한 구절에서 단박에 두 스
            님의 손 털어 버린 경계[垂手處]를 보게 되었다.

               그 후 황룡스님이 입적하자 뒤를 이어 주지가 되었는데,스님
            은 제자들이 입실하면 으레 주먹을 들어올려 보이면서 말하였다.

               “이것을 주먹이라고 하면 촉(觸:대상에 부딪치는 대로 마음을
            내는 경계)이요,아니라 하면 배(背:사실과 틀림)가 된다.”
               대중 가운데에 이 뜻을 깨친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무진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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