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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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오가정종찬 상


            조의 바람과 깃발[風幡]화두를 들어 그에게 물었는데,초당스님

            은 깜깜하여 들어갈 곳을 몰랐다.때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곁에
            있었는데 스님은 고양이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그대는 저 고양이가 쥐 잡으려 할 때의 모습을 보았는가.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네 발은 땅에 버

            틴 채 꼼짝하지 않는다.모든 촉각을 곤두세워 머리에서 꼬리까지
            쭉 곧게 있다가 갑자기 쥐를 덮치면 잡히지 않는 적이 없다.그대

            가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마음에 다른 인연이 없어지고 6근(六
            根)이 저절로 고요해진다.이처럼 묵묵히 참구하면 만에 하나도
            잘못될 일이 없을 것이다.”

               초당스님은 이 말에 크게 깨쳤다.



               영원스님이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현사 사비(玄沙師備)스님의
            어록을 읽다가 피곤해져서 경행을 하는데 걸음을 재촉한 나머지
            신발이 벗겨졌다.엎드려 신발을 줍다가 크게 깨치고 스님에게 아
            뢰니 스님은 말하였다.

               “인연을 따라 깨친 사람은 영원히 퇴보하거나 잘못되는 일이
            없다.”

               황산곡은 이에 대하여 “황룡스님의 자손은 하늘에 떠 있는 해
            같고 달 같다”하고는 또 말하였다.
               “뿔난 짐승이 많으나 기린 한 마리면 족하다.”



               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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