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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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61


               황산곡은 이 말끝에 느끼는 것이 있었다.



               사심 오신(死心悟新:1043~1114)스님이 찾아오자 스님은 주
            먹을 세워 보이는 화두를 참구하도록 하였다.2년이 지나서야 비
            로소 그 뜻을 알았는데 스님은 오히려 그의 막힘 없는 논변을 근

            심해 왔다.그러던 어느 날 그와 이야기를 하다가 날카로운 문제
            에 이르자 스님은 갑자기 말하였다.

               “그만,그만!밥 이야기를 한다고 배가 부르겠느냐?”
               그러자 사심스님은 말이 궁색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는 이제 활도 부러지고 화살도 다 없어졌으니 스님께서 자

            비를 베푸셔서 안락한 곳을 가르쳐 주십시오.”
               “ 한 티끌이 날아도 하늘을 가리고 한 띠풀이 떨어져도 땅을 뒤

            덮는 법이다.안락한 곳에서는 바로 그대의 숱한 잡동사니를 꺼려
            하니 무량겁 내려온 도적마음을 당장에 죽여야만 한다.”
               사심스님은 그 길로 달려나가 말없이 아랫자리[下板]에 앉아
            있었는데 때마침 지사(知事)가 행자를 때리는 소리를 듣고서 갑자

            기 크게 깨치고 선사에게 달려왔다.이에 한쪽 신발을 신고 있다
            는 것마저 잊은 채 방장실로 들어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천하사람들이 모두 배우려 하는 것을 나는 깨달았노라.”
               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부처를 뽑는 과거장[選佛場]에서 장원급제를 하였으니 누가

            그대를 당할 수 있으랴.”



               초당 선청(草堂善淸:1057~1142)스님이 참방하자 스님은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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