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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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오가정종찬 상
스님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양기스님은 말을 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웃어 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대는 다른 사
람이 웃을까 두려워하지 않느냐.”
스님은 이 말에 느낀 바가 있었다.그 후 세상에 나가 양기스
님의 가사를 전수받고 이를 법손에게 물려주었다.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내가 손가락을 누르면 해인(海印)이 빛을 내뿜듯이…….”
그리고는 주장자를 뽑아 들고 말하였다.
“산하대지와 물과 새,나무와 숲,유정(有情)무정(無情)이 모두
이 주장자 위에서 큰 사자후(獅子吼)를 하며 마하대반야를 설한다.
말해 보아라.남악(南嶽)스님은 무슨 법문을 설하였는가.남악스님
은 동산오위[洞山五位]를 설하고 군신부자(君臣父子)의 도를 수행
하여 각기 제자리를 얻게 하였다.그리하여 차가운 바위와 갖가지
풀들이 푸른 산중을 지키지 않고 흰구름 속에 앉아 있으니 종지
가 오묘하지 못한 것이다.천태는 임제의 3현3요(三玄三要)와 4료
간(四料揀)을 설하여 할 한마디[一喝]로 객과 주인을 나누고 조와
용[照用]을 동시에 행하여 그 뜻을 깨달으려 하였으니 이는 대낮
에 삼경의 종을 치는 일이다.여산(廬山)이 나온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이 두 사람은 바로 어지러운 이론의 소굴에 빠져 있다.
옛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였는가.무간지옥의 업보를 불러들이지
않으려면 여래의 바른 법륜을 비방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