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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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67
납승의 저울 위에 이 세 가지 견해를 올려놓고 저울질해 보면
하나는 무게가 여덟 양이요,하나는 반 근이요,또 하나는 반푼
어치도 안 된다.오직 바라옵건대 순조로운 봄바람이여,힘을 모
아 일시에 우리 산문에 불어오소서.”
말을 마치고 주장자를 내려 한 번 치고 법좌에서 내려왔다.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만일 한 차례 땀을 쫙 쏟으면 한 줄기 풀 끝에 화려한 옥(玉)
궁전이 나타나겠지만 한 차례 땀을 쏟지 못한다면 설령 화려한
궁전이 있다 하더라도 한 줄기 풀에 뒤덮이고 말 것이다.어떻게
하면 한 차례 땀을 흘릴 수 있는가?
내 두 손 위에 궁상맞은 손금이 있어
쉽사리 삼대(三臺:재상의 누각)에서 춤출 수 없었네.”
[自有一雙窮相手 未嘗容易舞三臺]
곽공보(郭功甫)가 찾아오자 스님이 물었다.
“소가 순하던가?”
“ 순합니다.”
이에 스님이 꾸짖자 곽공보는 두 손을 마주잡고 옆에 공손히
섰다.스님이 말하였다.
“순하구나,순해.남전 보원(南泉普願)이나 대위 영우(大潙靈祐)
스님도 이와 다를 바 없었노라.”
그리고 게송을 지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