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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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두로 가는 길은 몹시 미끄러울 텐데.”

               “ 지팡이 하나 달고 가다 적당한 곳을 만나면 한판 놀다 갈까
            합니다.”
               등은봉스님은 그곳을 떠나 스님의 처소에 이르자마자 선상(禪
            床)을 한 바퀴 돌고는 지팡이로 바닥을 한 차례 내려친 뒤에 물었

            다.
               “이것이 무슨 뜻[宗旨]인가?”

               “ 아이고!아이고!”
               스님이 통곡을 하니 등은봉스님은 할말을 잃고 마조스님에게
            돌아가 이야기하자 마조스님이 일렀다.

               “다시 가서 묻고 그가 대답을 하거든 두 마디 ‘허허!’하는 소
            리를 내어라.”

               등은봉스님이 다시 스님을 찾아와 전에 물은 대로 다시 묻자
            스님은 “허허”소리를 내는 것이었다.이번에도 등은봉스님은 할
            말을 잃고 돌아가 말씀드리니 마조스님이 말하였다.
               “석두로 가는 길이 미끄럽다 하지 않았더냐.”



               약산(藥山:745~828)스님이 어느 날 바위에 앉아 있자 스님

            이 물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느냐?”
               “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그저 하릴없이 앉아 있는 것이냐?”
               “ 그저 앉아 있다고 하면 하는 것이 됩니다.”

               “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였는데,무엇을 하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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