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P. 41

제1권 41


                 파경조*는 오로지 어미 잡아먹을 생각뿐.
                        2)
                 고을의 삿된 제사 꼴보기 싫어하여
                 많은 사당 부수고 소를 빼앗았으며
                 남악에게 보내는 서신을 전하고
                 작은 도끼 옆에 끼고 주지하러 떠나가네.

                 짐승이 많다 하나 한 마리 기린이면 족하다 하니
                 그래서야 어떻게 청원을 알아보랴
                 깊은 연못에 거북이 타고 노닐었다지만
                 꿈속엔들 어찌 육조의 경지 보았으랴.

                 기연에 임할 땐 미끄러운 길이 많아
                 은봉을 떠밀치니 속수무책 벼랑에서 떨어지고
                 함께 살면서도 이름조차 몰랐었던
                 약산을 마주하고는 깊은 꿈속에 잠꼬대만 실컷 했네.

                 몸에 붙은 죽은 꾀를 가지고
                 반석 위에 앉노라니 구름이 피어나고
                 입에 내키는 대로 선을 답하니
                 벽돌조각은 비처럼 쏟아진다.

                 푸른 솔 아래 한가로운 노랫가락이여
                 초암가는 음률에 매이지 않고
                 깊은 산중에 미친 듯이 외쳐 대는 두어 마디여
                 참동계는 이 무슨 말이런가.
                 아깝도다



            *별비사(鼈鼻蛇):머리가 세모꼴 난 독사.가까이만 가도 죽을 정도로 독이 강
              하다.자재무애한 행을 비유함.
            *파경조(破鏡鳥):어미를 잡아먹는 새.불조(佛祖)를 능가하는 경지를 비유함.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