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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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오가정종찬 상


                 금닭이 곡식 한 톨 물 줄 알 때
                 화근이 보이지 않게 싹트고
                 망아지가 천하 사람을 짓밟으니
                 아우성소리를 감추기 어렵구나.

                 노루 쏘는 법으로 석공의 무명이 녹아졌다 인가하고
                 물오리를 만난 길에 백장의 코를 비틀었도다.

                 온 강물을 들이킨 입으로
                 방거사를 쳐죽이고
                 달구경하는 기회에
                 보원을 구덩이에 묻어 버렸네.

                 여든네 명 제자는 수레바퀴처럼 시끌벅적한데
                 상처난 나귀등에 모인 파리 떼처럼 한 무리를 이루니
                 7천리 길을 구구하게 달려갔으나
                 키쟁이 마씨네 아이라는 소리를 들었네.

                 맨손으로 조계의 정맥을 막아
                 고금에 몇 갈래 도도한 물결 만드니
                 즉심(卽心)종지는 임제를 만나 가문을 이루고
                 그 후손 끊임없이 전등록 에 올랐네.

                 머리 숙여 절하노니,진공(眞空)대법왕이시여
                 넓디넓어 무어라 이름할 수 없네
                 그 자취 찾으려 하나
                 허공 같고 번갯불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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