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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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오가정종찬 상
쪽에서 동쪽으로 왔다 갔다 했는데도 암주는 마냥 돌아보지도 않
았다.그러자 조주스님은 “좀도둑이 낭패를 당했구나”하면서 선
실의 발을 내린 후 돌아와 말씀드리자 스님께서는 “내 예전부터
그 놈을 의심해 왔었지”하였다.
어느 날 스님이 한 농막[莊園]에 이르자 장원의 주인은 미리
기름진 찹쌀 인절미를 준비했다가 올리니 스님이 물었다.
“나는 평소에 출입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성찬을 장만하였소?”
“ 어젯밤 꿈에 토지신이 나타나 스님께서 오늘 오실 거라고 일
러주었습니다.”
“ 이 왕노인이 수행력이 부족하여 귀신에게 들켰구나.”
그때 한 스님이 곁에 있다가 스님에게 여쭈었다.
“스님께서는 큰 선지식이온데 어째서 귀신에게 들켰습니까?”
“ 토지신 앞에도 밥 한 상 차려 주어라.”
하루는 동서 두 큰방 수좌가 고양이 한 마리를 가지고 다투다
가*스님을 찾아와 묻자 스님은 칼을 들고 고양이를 집어 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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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말하였다.
“말할 수 있다면 이 고양이를 구할 수 있겠지만 없다면 고양이
를 베어 버리겠다.”
두 사람 다 아무 말 못 하였다.그러자 스님은 고양이를 두 동
강 냈다.저녁이 되어서야 산문 밖에 나갔던 조주스님이 돌아오자
*불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논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