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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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자 돌아와 보니,그는 침상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었다.
스님이 곁에 눕자 그는 일어나서 가 버렸다.뒷날 스님이 말하였
다.
“내 지난날 암자에 있을 때 영리한 스님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
까지 소식을 알 길이 없다.”
육긍대부가 어느 날 스님에게 말하였다.
“승조(僧肇)법사는 해괴한 인물인 성싶습니다.도를 해석하면서
‘천지는 나와 뿌리가 같고,만물은 나와 한 몸이다’하였습니다.”
스님은 뜨락의 꽃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대부!세간 사람들은 이 한 떨기 꽃을 마치 꿈인 듯 보고 있
소.”
육긍은 그 뜻을 헤아릴 길이 없었다.
스님은 좌주(座主)에게 물었다.
“나에게 경전을 강의해 줄 수 있는가?”
“ 제가 스님께 경전을 강의하려면 스님께서 저에게 선을 설법해
주셔야 합니다.”
“ 금 탄알을 은 탄알과 바꿀 수는 없지!”
상당하여 말하였다.
“모든 선승들이여!이 왕노사는 열여덟 살에 산으로 올라와 살
림살이하는 법[活計]을 터득하였노라.지금 이 자리에 자신의 살
림살이를 깨친 자가 있느냐?있다면 나와 보아라.함께 따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