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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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49


                 비싸지도 싸지도 않게 판다 하며
                 몸마저 팔려 하니 어느 누가 흥정하랴
                 등불도 잃고 소도 잃은 채
                 방장실에 산다니 무슨 신나는 일 있을까.

                 귀신에게 들켜서
                 농막에서 인절미를 먹고
                 조주스님 만나 보니
                 진주 땅에는 큰 무가 나온다나.*
                                             4 )
                 한 떨기 꽃은 꿈과 같은데
                 그 누가 말하는가.천지와 뿌리가 같다고
                 열여덟에 살림살이 이루었기에
                 후손들이 본받기엔 어려움 많지.

                 육긍에게 앉은 바위에 불상을 새겨도 좋다 하여
                 악을 좇고 삿된 것을 따르게 하며
                 감지행자 위하여 죽냄비를 박살내니
                 대문을 활짝 열고 도적을 놓아주었네.

                 부처가 세상에 나온다 해도 찾아가지 않겠다던
                 옹고집 그 암주도 의심을 못 떨치고
                 배불리 밥먹은 뒤 실컷 잠자던
                 영리한 그 스님,소식을 알 길 없네.

                 황금 탄알을 은 탄알과 바꾼다면
                 오래도록 그다지 이익볼 게 없으니
                 굳이 자유자재한 선지식이 되려 하였네.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묻되 “스님께서는 남전스님을 친견하셨다던데 그렇
              습니까?”하니,“진주(鎭州)에는 큰 무가 나느니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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