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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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오가정종찬 상


               “수행을 많이 한 이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 인과에 어둡지 않다.”
               노인은 말끝에 크게 깨치고 절을 올리면서 말하였다.
               “저는 이미 여우몸을 벗어났습니다.저의 육신이 산 뒤편 언덕
            에 있을 것이니 감히 바라옵건대 저를 사문의 법도대로 장사지내

            주셨으면 합니다.”
               이에 스님은 유나(維那)에게 백추(白槌)를 쳐서 대중에게 공양

            후에 죽은 스님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알리게 하고,공양이 끝난
            뒤 대중을 거느리고 산 뒤편 바위 아래에 가서는 죽은 여우 한
            마리를 주장자로 들추어내어 불법에 따라 화장하였다.



               어느 날 호남 땅에서 사마두타(司馬頭陀)가 스님을 찾아와 말

            하였다.
               “위산은 빼어나 천오백 대중이 모일 만한 곳입니다.”
               “ 이 노승이 그곳에 머무르고 싶은데,어떻겠소?”
               “ 그곳은 스님께서 머무를 곳이 못 됩니다.”

               “ 어째서 그런가?”
               “ 스님은 골인(骨人)인데 그곳은 육산(肉山)이기 때문입니다.설

            령 스님께서 그곳에 머무르신다 해도 대중은 천 명도 못 될 것입
            니다.”
               “ 나의 대중 가운데는 거기 머무를 만한 사람이 없겠는가?”

               “ 그들을 낱낱이 볼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스님은 시자를 시켜 제일 수좌를 불러들이고 물었다.

               “이 사람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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