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P. 51

제1권 51


            한 번에 사흘 동안이나 귀머거리가 되었다.”

               황벽스님이 자신도 모르게 혓바닥을 쑤욱 내밀자,스님은 그에
            게 말을 이었다.
               “자네는 뒷날 마조스님의 법을 잇지 않으려나?”
               “ 아닙니다.오늘 스님의 말씀으로 마조스님의 큰 마음[大機],

            큰 작용[大用]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만 아직도 스님을 잘 알지 못
            합니다.그리고 뒷날 마조스님의 법을 잇는다면 나의 자손을 잃게

            될 것입니다.”
               “ 스승과 경계가 똑같으면 도는 스승의 반으로 줄어들고 경계가
            스승을 능가해야 비로소 스승의 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그대에겐

            스승을 훨씬 능가할 만한 경계가 있다.”
               이 말에 황벽스님은 절을 올렸다.



               스님이 상당법문을 할 때마다 대중과 함께 법문을 듣는 한 노
            인이 있었는데,하루는 대중이 물러간 뒤에도 홀로 남아 있기에
            그에게 물었다.

               “무엇 하는 사람인가?”
               “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저는 과거 가섭 부처님이 계시던 때

            이 산에 살았습니다.하루는 한 학인이 찾아와 ‘수행을 쌓은 사람
            도 인과에 떨어집니까?’하고 묻기에 ‘수행을 많이 한 이는 인과
            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가 마침내 5백 생 동안 여우몸을

            받았습니다.이제 청하옵건대 스님께서는 저를 대신하여 몸을 벗
            어날 한마디[一轉語]를 내려서 여우몸을 벗게 해주십시오.”

               “ 네가 물어보아라.”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