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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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오가정종찬 상


                 격식을 벗어난 그 자태는
                 천지조화의 정교한 솜씨여라.

                 야윈 그 모습 고고하여 옥 깎아 세워 놓은 듯하고
                 푸른 눈동자 별빛이 흐르는 양 반짝거리네.

                 인과에 어둡지 않다 하여 여우몸을 벗겨 줌이여
                 역대에 거쳐 몇이나 칭찬하고 몇이나 욕했는지
                 물오리로 싸우다 방편 모두 떨어뜨리고
                 집으로 달려가 한 차례 울고 한 차례 웃었노라.

                 물병을 발길로 걷어차 넘어뜨리자
                 주지로 보내니 괭이 짊어지고 깊은 산 들어가고
                 불자를 집어들자
                 평지에 청산을 묻어 버리는 마조스님을 나무랐다.

                 일생 동안 코끝이 아팠으니
                 뼈에 사무친 원한을 쉽사리 풀 길 없고
                 사흘 동안 귀머거리 되었으니
                 마음 깊이 스민 독을 끝내 씻기 어려워라.

                 악업으로 교룡의 굴속에 함께 노닐 때
                 아들은 황벽이요,방거사를 벗삼았네
                 살아 있는 호랑이와 물소 태를 함께 빼앗은
                 형은 남전(보원),아우는 지장(서당)이라.
                 청규는 조목조목 반듯하여
                 사람을 빠뜨리는 구덩이를 깊이도 팠고
                 꽃다운 아이들 줄줄이 이어

                 촘촘히 하늘 덮는 그물이 되었구나.
                 대단한 공훈은 숙손통(叔孫通:漢初의 명신)에 뒤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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