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P. 53

제1권 53


               사마두타는 말을 시켜 보고 몇 발자국 걷게 한 후 말하였다.

               “이 사람은 안 됩니다.”
               그러자 스님은 다시 시자에게 전좌(典座:대중의 臥具나 음식
            등을 맡음.당시 영우스님이 맡던 직책)를 불러오도록 하였다.그
            는 전좌를 보고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바로 위산의 주인입니다.”
               스님은 그날 밤 영우(靈祐:771~852)스님을 방장실로 불러

            부탁하였다.
               “내가 교화할 인연은 이곳에 있고,위산의 빼어난 경계는 그대
            가 살 곳이니,우리 종문을 이어 널리 후학을 제도하도록 하라.”

               이때 화림(華林)스님이 그 말을 듣고서 말하였다.
               “제가 제일 수좌인데 어떻게 영우가 주지가 될 수 있습니까?”

               “ 만일 대중에게 격식을 벗어날 한마디[一轉語]를 던진다면 너
            에게 주지를 맡기겠다.”
               그리고는 물병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을 ‘물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너는 무어라 하겠느냐?”

               “ 그렇다고 ‘나무토막’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스님은 화림스님의 말을 수긍하지 않고 영우스님을 불러 같은

            질문을 하자 영우스님은 물병을 걷어차 버렸다.이를 본 스님은
            웃으면서 “제일 수좌가 주지될 인물에게 졌구나!”하였고,영우스
            님은 결국 위산으로 떠나갔다.

               스님은 청규(淸規)를 짓기도 하였다.



               찬하노라.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