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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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오가정종찬 상
서도 선상에서 내려갈 힘이 없구려.”
이에 왕은 더욱 정중하게 인사하였다.
어느 날 한 스님이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 없다.”
“ 모든 중생 모두에게 불성이 있는데 어째서 개에겐 불성이 없
습니까?”
“ 그에게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이다.”
스님이 황벽스님을 찾아가니 황벽스님은 스님이 오는 것을 보
고서 방장실 문을 닫아 버렸다.이에 스님은 법당 안에서 불을 들
고 “불이야 불이야!”하고 소리쳤다.황벽스님은 문을 열어제치고
뛰쳐나와 스님을 움켜쥐고서 고함을 쳤다.
“말해 봐라.말해 봐!”
그러자 스님이 말하였다.
“도적이 간 뒤에 활을 당기는구나!”
스님이 수유(茱萸)스님을 찾아가 법당 위에서 주장자를 잡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가자 수유스님이 말하였다.
“무엇을 하시오?”
“ 물을 찾습니다.”
“ 나의 이 법당 안에는 물이라곤 한 방울도 없는데 무엇을 찾으
시오?”